차를 마시다 보면 녹차, 홍차, 우롱차 등 다양한 이름을 듣게 된다. 이 차들은 모두 같은 찻잎에서 출발하지만, 발효 정도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향을 가진 차로 탄생한다. 오늘은 발효 정도에 따른 차의 종류를 살펴보려 한다.

비발효차, 녹차의 세계
발효를 전혀 하지 않은 차가 바로 녹차다. 찻잎을 따자마자 열을 가해 발효를 막는 '살청' 과정을 거친다. 살청 방법에 따라 덖음차(초청녹차)와 찌는 차(증청녹차)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녹차가 여기에 속한다.
녹차를 만드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살청 후 유념을 거쳐 건조시키면 된다. 이 세 단계가 녹차의 기본이다.

은은한 향의 약발효차들
백차 (5~15% 발효)
백차는 찻잎을 오랜 시간 천천히 시들게 하면서 가볍게 발효시킨 차다. 흰 솜털이 많이 보여 '백차'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호은침이 대표적이다. 자연스러운 발효만으로 만들어져 가장 순수한 차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황차 (10~25% 발효)
황차는 녹차 만드는 법에 특별한 공정 하나가 더해진다. 바로 '민황(悶黃)'이다. 살청 후 수분을 적당히 제거한 찻잎을 젖은 보자기로 덮어두는 과정이다. 통풍을 차단하고 습열 작용으로 자동산화를 일으켜 황변을 유도한다.
황차의 제다 과정은 이렇다. 살청 → 유념 → 민황 → 건조. 녹차 과정에 민황이 끼어든 셈이다. 이 민황 공정의 핵심은 미생물이 아닌 습열 작용에 의한 자동산화라는 점이다.

절묘한 균형의 반발효차, 청차 (15~70% 발효)
청차는 발효와 비발효의 중간 지점에 있는 차다. 발효 과정을 거쳐 독특한 맛과 향을 만들어낸 후, 적절한 시점에 살청으로 발효를 멈춘다. 그 후 유념과 건조로 마무리한다.
우리가 잘 아는 우롱차가 청차의 대표 주자다. 안계철관음도 청차에 속한다. 발효 정도를 조절하는 제다자의 기술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매력적인 차다.

완전히 발효시킨 홍차 (75~95% 발효)
홍차는 찻잎을 충분히 발효시킨 강발효차다. 찻잎을 따서 위조(시들게 하기)를 거치고, 유념으로 세포를 파괴해 산화를 촉진한 후, 완전히 발효시켜 건조한다.
동양에서는 홍차라 부르고, 서양에서는 블랙 티(Black Tea)라 부른다. 진한 색과 깊은 맛이 특징이다.

시간이 만든 맛, 후발효차 흑차 (80~98% 발효)
흑차는 조금 특별하다. 다른 차들이 찻잎 자체의 효소로 발효한다면, 흑차는 미생물의 힘을 빌린다. 녹차나 청차, 홍차를 만든 후 미생물로 다시 발효시키는 후발효차다.
흑차의 원조는 바로 안화흑차다. 중국 호남성 안화현에서 생산되는 안화흑차는 흑차의 시조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고마이계 흑차가 최고 최상으로 꼽힌다. 퇴적 발효를 거치며 빈티지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낸다. 자연 산화 발효로 만들어지는 흑차는 100% 발효로 분류된다.
같은 차나무에서 딴 잎이 발효 정도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차로 변신한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다음에 차를 마실 때는 이 차가 어느 정도 발효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보면 한 잔의 차가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https://youtu.be/YKYb170hNMk?si=xKcB4cm5wY84XK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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