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mposer’s Christmas Collection Vol.4 제작 배경과 음악적 방향
크리스마스 음악은 늘 같은 멜로디로 귀를 찾아오지만, 시대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오케스트라 편성은 이러한 시간을 넘어선 감각을 담아내기에 최적의 그릇이다. 피아노 중심의 잔잔한 명상적 음악이 따뜻함을 전한다면, 오케스트라는 그 너머에 있는 넓은 공간감을 펼쳐 보이며 서사적이고 축제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준다. 이번 Composer’s Christmas Collection Vol.4가 오케스트라 중심으로 방향을 완전히 전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고전적 전통에 기반한 신선함’이다. 전작들에서 선보였던 사운드 디자인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조금 더 명확한 크리스마스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래서 각 프롬프트에는 롱폼 구조를 명시하고, 저작권이 해제된 경쾌한 캐롤을 기반으로 한 변주·확장·재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Suno가 가진 재현 능력을 고려하면, 원곡의 멜로디를 직접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곡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캐롤의 향기를 잃지 않되, 진부함을 넘는 것’이었다. 원곡의 선율이 지나치게 그대로 나오면 음악적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반대로 너무 멀어지면 청자가 크리스마스 음악임을 즉각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Vol.4에서는 전통 캐롤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고 그것을 대규모 오케스트라 텍스처 속에서 자연스럽게 숨 쉬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 작업은 작곡가와 지휘자의 시각에서 볼 때, 변주 기법과 관현악법의 균형을 동시에 요구하는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듣고 지나가는 순간의 즐거움’을 넘어선, ‘공간을 채우는 음악’으로 기획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상업 공간, 교회 로비, 겨울 행사, 이른 아침의 개인적인 묵상 시간처럼 다양한 환경에서 재생될 것을 고려해, 음향적 밀도와 현악·목관·금관의 배치를 세밀하게 설계했다. 특히 Bright Mode 기반의 썸네일과 아트워크까지 포함한 시각적 아이덴티티 작업은 음악이 가진 기쁨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도 이어 주는 역할을 하며 이번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Vol.4에서는 총 20곡이 제작되며, 10개의 롱폼 프롬프트에서 각기 다른 캐롤의 특성과 감정을 조합하여 새로운 곡들이 태어난다. 이는 일종의 ‘창작 루틴’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같은 형식이 반복되지만, 매번 다른 텍스처와 다른 조성, 다른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펼쳐지는 변화는 마치 한 작곡가가 여러 해 동안 남긴 크리스마스 모음곡을 한 권의 책처럼 정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음악 몇 곡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해석하는 캐롤의 현대적 의미’를 탐구하는 장기적인 시도다. 클래식 음악의 전통 위에서, 디지털 AI 작곡 도구의 가능성을 이어붙여 새로운 결과물을 생성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그 결과가 한 시즌을 넘어 더 넓은 음악적 영감을 주고, 크리스마스라는 오래된 축일의 감정을 다시금 일깨워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