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편 18편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 시편은 흔히 장엄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반석이신 주님”, “구원의 손길”, “하늘에서 들려오는 권능”과 같은 표현은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강한 성량의 합창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나 역시 그 방향으로 생각을 모았고, 바그너풍의 거대한 사운드를 기대하며 프롬프트를 구성했었다.
그러나 결과물은 의외였다. 장중함보다는 따뜻함에 가까운 톤, 금관의 강렬한 울림보다 부드러운 합창의 음색이 중심이 되는 곡이었다. 길이도 롱폼이 아닌 짧고 단정하게 정리된 구조였다. 뜻밖의 방향이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시편 18편은 본래 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강한 메시지를 가진다. ‘힘이시며 반석이신 주님’이라는 고백은 거대한 사운드보다 오히려 조용한 속삭임에 가까운 방식으로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번에 생성된 음악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합창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고요하다. 불안과 위험의 순간을 떠올리기보다, 그 순간을 지나온 사람의 차분한 감사에 더 가깝다. 현악의 잔잔한 흐름, 조용한 하모니, 그리고 목소리 사이에 머무는 작은 여백들까지 모두가 하나의 명상적인 공간을 형성한다.
이 음악은 드라마틱한 감동 대신, 믿음의 평안과 안식, 고백의 진중함을 전한다. 시편의 시적 메시지가 잘 다듬어진 합창 선율 속에서
유연하게 펼쳐지며, 잠시 멈추어 생각할 여지를 준다. 듣는 이를 큰 울림으로 압도하는 대신, 조용한 위로로 감싸는 곡. 이것이 이번 시편 18편 합창의 가장 큰 특징이다.
나에게도, 그리고 이 음악을 만날 모든 이에게도 짧은 시간이지만 깊은 평안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youtu.be/BRuAxEGXrzw?si=5ucs1ZO0Gv7Glif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