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구조물에 더 저장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랠프 월도 에머슨.
흙바닥 위에 세운 기둥은 상식적으로
깨지고, 썩고, 미끄러워지기가 쉽습니다.
당연히 오래가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옛 시절 집을 지을 때는
기둥 밑에 주춧돌을 받쳐 놓고
집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얻는 다양한 돌들의 모양은
울퉁불퉁 제멋대로이기 마련입니다.
톱과 대패를 이용해서 만든 나무 기둥의
단면은 평평해집니다.
그러면 주춧돌 위에 기둥을 얹기 위해서
단단한 돌을 어렵게 평평하게 깎는 것보다
옛 장인들은 더 깎기 쉬운 나무 기둥의 단면을
울퉁불퉁한 주춧돌의 단면과 꼭 맞도록 깎아내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주춧돌의 표면과 나무 기둥이
꼭 맞도록, 기둥의 단면을 깎아내는 것을
'그렝이질'이라고 합니다.
그렝이질이 잘된 기둥은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넘어지지 않고 단단하고 꼿꼿하게 서 있습니다.
그리고 지진이 났을 때
주춧돌이 매끈한 돌이라면 기둥이 밀려갈 수 있지만,
한옥의 경우 울퉁불퉁한 주춧돌 위에 서 있어서
쉽게 밀리지 않고
오히려 울퉁불퉁한 면이
기둥을 안전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바람이 강한 제주의 돌담들이 밀리지 않는 이유는
다르게 생긴 돌들끼리 아귀를 맞추기 때문에
서로를 자연스레 잡아주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두 개의 것이 만날 때
하나의 모양이 거칠고 울퉁불퉁해도
다른 하나의 모양이 그 거친 모양에 맞추어
감싸 줄 수 있다면
그 둘의 만남은 세상 무엇보다
더 견고한 결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의 마음이
울퉁불퉁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피하고 미워하려고만 하기보다는
그 마음에 어떻게 맞추어 줄 수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Johann Pachelbel : Ciacona in f moll
https://youtu.be/70l_c8WmW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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