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심는 농부는 기다림을 산다.
기다림은 씨앗이 땅에 심기었다는 믿음,
지금 무언가 시작되었다는 믿음,
어둠 속 대지에서 하루하루 커나간다는 믿음,
나에게 진정 간절한 기다림이 있는가.”
-박노해, <다른 길>-
한 농부가 모내기를 한 후
매일 벼를 조금씩 잡아당겼습니다.
벼가 쑥쑥 자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벼들이 모두 하얗게 말라죽었습니다.
때를 기다릴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꾸짖는
‘알묘조장(揠苗助長)’ 이야기입니다.
왜 그 농부는 벼를 잡아당겼을까요?
벼가 빨리 자라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무르익은 곡식을 빨리 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농부에겐 믿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모를 잘 심었다는 믿음,
그 벼가 자라기 시작했다는 믿음,
하루하루 자라서 무르익게 될 거라는 믿음,
알찬 곡식으로 풍성해질 거라는 믿음이 없기에
늘 불안하고 조바심이 나는 겁니다.
기다리지 못하는 겁니다.
시인 박노해는
씨감자를 정성스레 심는 농부를 보며
‘씨알을 심는 농부는 기다림을 산다’고 했습니다.
씨가 땅에 심기었다는 믿음,
지금 무언가 시작되었다는 믿음,
어둠 속 대지에서 하루하루 커나간다는 믿음으로
기다림을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농부는 씨를 뿌리며 기다림을 삽니다.
땅에 씨앗 하나를 심으며 믿음이 생깁니다.
지금 무언가 하나가 시작되었다는 믿음입니다.
푸른 새싹 하나가 올라오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무럭무럭 자라서 결실을 거둘 거라는 믿음입니다.
모진 비바람과 뜨거운 태양도 견딜 수 있습니다.
믿음으로 기다림을 살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불안한 것은
내가 한 일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조바심이 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 일에,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기꺼이 기다릴 수 없는 것입니다.
기다림이 있습니까?
믿음이 있느냐는 물음입니다.
간절한 기다림이 있습니까?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디며 기다릴
간절한 믿음을 품고 있느냐는 물음입니다.
기다림은 믿는 사람만이 가지는 특권입니다.
나는 오늘도 믿음으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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