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부정적 감정 역시 욕망의 한 형태며
따라서 생의 에너지다"라고 말했다.
삶의 완성을 위해 불안은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불안하기 때문에
절망할 수도 있지만,
불안하기 때문에
도약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키에르케고르의 이러한 예지는
한 러시아 과학자들의 동물실험 결과에서
간접적으로 입증되었다.
두 그룹의 실험 대상이 있었다.
첫째 그룹의 동물들에게는 어떤 위험 요소 없이
풍성한 음식과 상쾌한 공기, 안락한 환경이 주어졌다.
둘째 그룹에게는 걱정과
기쁨이 공존하는 공간을 제공했다.
동물들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놀다가도
가끔 맹수의 습격을 받았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는 직접 노력해야 했다.
연구 결과, 안락한 환경에서 살던 동물들이
훨씬 빨리 병들어 죽어갔다.
긴장과 불안, 노력을 요하는 환경에서
동물들의 건강과 장수가 보장되었던 것이다.
인간이라고 다를까?
불안이 도약으로 이끈 최근의 예가
바로 두바이(Dubai) 프로젝트다.
국토의 90%가 사막이고
연평균 기온이 40~50도를 넘나드는 나라,
왜 세계는 이곳을 주목하며
앞 다투어 진출하려고 기를 쓰는가.
두바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업들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초대형 실내스키장,
사막 위에 골프장을 건설하는 한편
바다를 매립하여
면적을 21배나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왕 세이크 모아메드는 말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내가 계획한 것의 10%에 불과하다.
두바이가 세계 그 자체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
그의 호언장담을 듣자니
앞으로 입이 더 벌어질 사건들이 즐비할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폭발적 에너지는 어디에서 왔을까?
바로 한계(限界)에 있다.
한계가 경쟁력을 만들었다는 역설적인 말이다.
그 한계란 바로 '50년 내에 석유가 고갈된다'는
사실적이고도 치명적인 불안이다.
사정이 비슷한 쿠웨이트가
돈을 쌓아놓고 있는 데 반해
두바이는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우리를 도약에로 이끈다.
불안은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가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정상적인 생존 반응이자 자연적인 감정인 것이다.
곧 어떠한 위기 시에도
나의 몸과 마음을 그 상황에 맞게
준비하도록 돕는 '필수 정보기'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불안에서 도망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불안이야 말로 삶에서
나를 지켜주는 믿을만한 방패인 것이다.
불안도 쓸모가 있다.
아니, 불안만큼 필수 요소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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