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siness/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

자신만의 소리를 찾되, 세상의 귀를 잊지 마라— 작곡가와 경영자가 마주하는 가장 어려운 균형의 기술

반응형

작곡가에게는 자신만의 예술적 고집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음악은 개성을 잃고 평범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음악을 들을 관객을 완전히 외면해서도 안 된다. 지독하게 난해한 현대음악이 평단의 찬사를 받을지언정 객석이 텅 비어있다면, 그것은 '공연'으로의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나는 이 긴장을 오케스트라 운영 내내 온몸으로 겪었다.

우리가 연주하고 싶은 곡과 관객이 듣고 싶어 하는 곡은 언제나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연주자들은 도전적인 현대 레퍼토리를 원했고, 관객들은 익숙한 클래식의 선율을 기대했다. 한쪽만 들으면 다른 쪽이 멀어졌다. 그 간극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질문했다. 우리 오케스트라만이 낼 수 있는 소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소리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경영도 정확히 같은 질문 앞에 선다.

'우리가 내고 싶은 소리' — 이것이 기업의 철학이고 제품의 혁신성이다. 그리고 '관객이 듣고 싶은 소리' — 이것이 시장의 수요이고 고객의 결핍이다. 이 두 소리의 절묘한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비전 설계의 핵심이다.

관객이 베토벤을 원할 때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반대로, 관객이 원하는 것만 연주하다 보면 오케스트라는 자신만의 색깔을 잃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단체가 된다. 시장이 어떤 선율에 목말라 있는지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되, 우리만이 낼 수 있는 독보적인 음색을 그 안에 녹여내야 한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만든 것은 시장의 요구에 응답한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내고 싶었던 소리이기도 했다. 그 두 소리가 정확히 겹치는 순간, 아이폰이 탄생했다. 반대로 한때 세계 최고의 카메라 필름 기업이었던 코닥은 디지털 시대를 알면서도 자신들이 내고 싶은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관객은 이미 다른 음악을 원하고 있었는데도.

접점을 찾는 일은 타협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통찰이다.

※ 이 글은 나의 저서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2026.07.21 - [Business/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 - 누군가의 점심시간에 펼쳐진 나의 책

 

누군가의 점심시간에 펼쳐진 나의 책

오늘 점심을 먹고 반가운 사진 한 장을 받았습니다.SNS로 인연을 맺은 분께서 『오케스트라 경영학』을 구매하시고,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책을 펼쳐 읽고 있는 모습을 보내주셨습니다.저자에게

zeong.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