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발을 하려고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퇴근했다. 머리를 단정히 하고 나면 한 주의 피로가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곤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미용실로 향했다.
미용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에서 온 톡이었다. 누구신가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이내 떠올랐다. 뉴질랜드에 계신 교포 한 분이었다. 내 책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이 출간되었을 때, 멀리 남반구에서 DM을 보내오셨던 분. 6월 말에 잠시 고국에 들르는 길이 있으니 그때 책을 사고 싶다고 하셨던, 그 반가운 독자였다.
그분은 저녁에 시간이 되느냐고 물어 오셨다. 마음 같아서는 한걸음에 달려가 인사를 나누고 싶었지만, 이발을 마치고 나면 딸과의 약속이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찾아주신 분을 직접 뵙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행히 그분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주셨다. 가까운 교보문고에 들러 일단 책을 구입하시겠다고 했다. 비록 얼굴을 마주하진 못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내 글을 찾아 읽어주신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다시 살펴보니, 그사이 또 몇몇 분의 DM이 도착해 있었다. 사인본을 구매하고 싶다는 메시지들이었다. 책 한 권에 저자의 이름이 더해지는 것이 무어 그리 대단한 일일까 싶다가도, 그 한 줄의 서명을 기다려주시는 마음을 생각하니 절로 책임감이 차올랐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왔다. 책을 한 권 한 권 정성껏 포장하며, 이 책이 가닿을 분들의 얼굴을 잠시 그려보았다. 어떤 마음으로 내 글을 펼쳐 들지, 어느 페이지에서 잠시 멈추어 생각에 잠길지. 종이를 접고 테이프를 붙이는 단순한 손길 속에, 글을 쓰던 시간만큼이나 진한 정성을 담고 싶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우체국에 들러 이 마음들을 부칠 생각이다. 멀리 뉴질랜드까지, 또 어딘가의 책상 위까지. 책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라는 것을, 이렇게 작은 포장 하나에서 새삼 깨닫는다. 오케스트라가 저마다 다른 악기로 하나의 하모니를 빚어내듯, 글을 쓴 나와 그것을 읽어줄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가는 작은 화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진짜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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