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저서 『오케스트라 경영학: 하모니의 역설』이 세상에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칼럼 제안이 들어왔다. 음악 칼럼이겠거니 했다. 실제로 전에 들어온 제안들은 늘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경영 칼럼이었다. 책 한 권이 세상의 눈을 바꾼 것인지, 나를 바꾼 것인지 — 잠시 그 질문 앞에 멈추었다가, 써보기로 했다.
잠시 멈추어 생각했다. 내가 경영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곧 스스로 답했다. 40년 넘게 지휘봉을 잡아온 사람이라면, 이미 매일 경영을 해온 셈이라고.
오케스트라 앞에 설 때마다 나는 이상한 역설을 경험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음악이 가장 살아났다. 단원 하나하나를 통제하려 할수록 소리는 굳어졌고, 내가 그저 음악의 흐름을 열어주는 통로가 되었을 때 홀 전체가 울렸다. 지휘는 하되 지배하지 않는 것, 이끌되 앞서지 않는 것 — 그것이 40년이 가르쳐 준 진짜 지휘법이었다.
칼럼을 수락하고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 나는 노자를 펼쳤다. 그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爲而不恃,功成而弗居." 행하되 의지하지 않고, 공이 이루어져도 거기 머물지 않는다.
그 순간 도덕경이 지휘 교본이 아니라 경영 교본이라는 것을 알았다. 수천 년 전 노자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나는 지휘대 위에서 몸으로 배우는 데 40년이 걸렸다.
오늘날 경영의 언어는 넘쳐난다. 전략, 혁신, 애자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ESG, AI 경영. 매년 새로운 개념이 쏟아지고 경영자들은 그것을 따라잡느라 지친다. 그러나 시대를 관통하는 경영의 본질은 놀랍도록 변하지 않는다. 사람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조직을 어떻게 살아있게 할 것인가. 변화 앞에서 어떻게 유연하게 버틸 것인가. 정점에서 어떻게 내려올 것인가.
노자는 이 질문들에 대해 단 5,000자로 답했다.
도덕경은 원래 제왕을 위한 통치 철학서였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경영자를 위한 텍스트로 읽는다. 왕국을 다스리는 일과 조직을 경영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시스템이 스스로 돌아가게 하는 것, 힘을 쓰되 힘을 남용하지 않는 것.
이 칼럼은 도덕경 81장을 경영의 언어로 읽어가는 여정이다.
원문을 충실히 따르되, 각 장을 현대 경영 현장과 연결할 것이다. 리더십론, 조직론, 전략론, 위기 관리, 혁신, 인사 철학 — 도덕경은 이 모든 주제를 이미 품고 있다. 다만 그 언어가 너무 오래되어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특히 AI가 경영의 전면에 등장하는 지금, 노자의 무위(無爲) 철학은 더욱 날카롭게 빛난다. 알고리즘이 판단하고 시스템이 실행하는 시대에 인간 경영자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노자는 그 답을 이미 가지고 있다.
이 칼럼은 도덕경 해설이 아니다. 경영자의 눈으로, 지휘자의 귀로, 현장에서 조직을 이끌어온 사람의 몸으로 도덕경을 다시 읽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텍스트가 아니라, 텍스트가 당신의 경영 현장과 만나는 순간이다.
오케스트라 지휘대에 서면 80명의 단원이 나를 바라본다. 그러나 진짜 지휘는 그들이 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최고의 리더는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노자는 말했다.
당신의 조직이 당신 없이도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날 — 그것이 경영자로서 당신이 완성되는 날이다.
그 길을 함께 걷자는 뜻으로, 이 칼럼을 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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