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는 1923년에 교향곡 6번에 대해 "첫눈의 냄새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다른 작곡가들이 칵테일 만들기에 몰두한다면 나는 순수한 차가운 물을 대접하고 싶다."
악보를 보면 시벨리우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첫 페이지부터 고풍스러운 다성음악과 단순한 선법이 간소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현악 성부들은 단 하나의 임시표에도 오염되지 않아 무채색 풍경을 이루며, 음표 머릳가 텅 빈 긴호흡의 2분음표와 온음표만이 오선지를 채우고 있다. 그야말로 음악 본연의 순백의 상태, 정지 상태를 보인다.
첫눈의 냄새는 교향곡의 나중에 가서 눈보라로 발전하면서 찬연히 빛나 눈을 멀게 하겠지만, 처음에는 요란한 표정 없는 음악적 묘사에 그친다. 이 음악이 나타내는 것은 감정의 방식이 아니라 존재의 양태다. 그저 존재하는 것.
교향곡 6번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시벨리루스 특유의 무미건조함이 드러난다. 상승하고 하강하는 현악의 성가 스타일의 단순한 선율, 이에 응답하는 목관, 차갑게 아른거리는 팀파니 트레몰로, 소박한 피아니시모로 마무리하는 제1 · 제2바이올린.
이 음악을 들으면 항상 인간의 발자취가 퇴색되는 것만 같다. 마치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인간의 흔적을 씻고 다 덮어버리는 듯하다.
https://youtu.be/SIcjeoRLcoE?si=F2tW2aMpMIW9qy3b
Sibelius said in 1923 that Symphony No. 6 "makes you feel the smell of first snow." He also said this: "If other composers are busy making cocktails, I want to serve them pure cold water."
If you look at the score, you can see what Sibelius meant. From the first page, the old-fashioned polyphony and simple modes create a simple landscape. The string parts are not contaminated by a single accidental, creating a colorless landscape, and only the long-breathed half notes and whole notes with empty note heads fill the staff. It shows the pure white state of music, a state of stillness.
The smell of first snow will develop into a blizzard later in the symphony and shine brilliantly, blinding you, but at first it is limited to a musical description without much expression. What this music expresses is not a way of feeling, but a state of existence. Just existing.
The last page of Symphony No. 6 reveals the characteristic dryness of Sibelius. The simple melody of the strings rising and falling in the style of a chant, the woodwinds responding to it, the timpani tremolo shimmering coldly, and the first and second violins ending with a simple pianissimo.
Whenever I listen to this music, it always seems as if the human footprints are fading away. It is as if a blizzard is sweeping in and washing away all human tr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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