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글 나눔

누구나 손에 보물지도가 새겨져 있다

by 정마에Zeongmae 2018. 3. 4.
728x90
반응형

원재훈의<착한 책>을 읽었다.
보물은 바로 내 작은 손바닥 안에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친구들과 따뜻하게 먹는 밥 한 끼가
나의 건강을 지키는 보물이고,
매달 밀리지 않고 낼 수 있는 집세가 있다면
집 역시도 나의 보물이다.
서로 이야기가 통하는 연인이 사랑의 보물이고,
그네를 타면서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이
일상의 보물일 것이다.
그리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그대가
내 인생의 가장 큰 보물이다.



그는 대학 시간강사로 출강한 지 7년째이다.
이제나 저제나 전임강사가 될 기회만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점점 어려워지는 살림살이 때문에
작년부터는 밤 시간에 대리운전을 하면서
그야말로 버티기 작전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이런 자신이 좋다는,
대학 시절 캠퍼스 커플이었던 아내 얼굴을
점점 더 보기가 미안했다.

대학 개교기념일이었던 날,
그는 동네에서 가까운 공원을 찾아 산책을 하고 있었다.
공원의 한 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검은 안대를 쓰고 지팡이를 짚으면서
정해진 코스를 돌고 있었다.
어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초등학생들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더 가까이 다가가서
주변을 둘러보니, 장애인 체험을 하고 있는 행사였다.

그때 행사에 참가한 무리 속에서
그는 2년 전에 전임강사가 된 친구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아이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정해진 코스를 걷고 있었다.
그는 아는 척을 하려다가 그만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런데 코스를 다 돌고 안대를 벗고 있던 친구가
손을 번쩍 들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간단하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고 나서 친구는 그에게 안대와 지팡이를 건네며
한번 돌아보라고 권했다.
엉겁결에 안대와 지팡이를 받아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또 뭔 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그래, 앞이 안 보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나 같은 놈이 더 행복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려는 거겠지. 그래, 설교 한번 들어주마."

그는 먼저 교수가 된 친구를 보자
고까운 마음이 들면서 심술이 나기 시작했다.
친구 역시 아직 전임이 되지 못한 그를
조심스럽게 대하며 눈치를 보았다.

그는 코스를 돌면서
여기 저기 부딪치고 넘어지기까지 했다.
심술 맞은 마음으로 서두르다가 나온 행동들이었다.
그는 창피한 마음으로 옆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러자 친구가 옆에 앉아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말했다.
"······ 나 이번에 사표 냈어.
교수가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서 말이야."

그리고 평소에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아내와 함께 아담한 커피 하우스를 하기로 했단다.
그 말을 듣고 나자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그에게 친구는 말했다.
"그리고 내 자리에 널 추천했는데
어떻게 될지 몰라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아침에 담당 교수님에게 전화해 보니까
아마도 이번 학기에 네가 될 것 같아. 미리 축하한다.
아까 전화했는데 왜 받지 않았어?
비밀 사항이긴 하지만, 친구끼리니까
미리 알려주는 거야."

뜻밖의 말에 입만 벌리고 있던 내게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어둠만 보지 말고 희망을 봐라.
조금 전에 너도 체험했듯이
어둠 속에 있으면 답답하잖아?
뭔가 본다는 건, 아마도 어둠 속에서도
희망으로 보는 게 아닐까 싶다. 힘내라."

바닷물이 파란 것은 다른 모든 색은 받아들이고
그 색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면,
그 소중함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바로 그 소중함으로 당신을 볼 것이다.


728x90
반응형

'좋은 글 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평 대신 감사를!!  (1) 2018.03.09
기억의 뒷마당  (0) 2018.03.07
코이의 법칙  (0) 2018.02.27
인생의 네비도 있습니다  (0) 2018.02.27
스미다  (0) 2018.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