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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안개가 낍니다.
가을 안개로 열어가는 새벽 숲에
반짝이며 마음을 붙잡는 것이 있습니다.
숲길 위의 알밤입니다.
![](https://blog.kakaocdn.net/dn/lglWQ/btsybXWASGW/oMC1eJBrwYMfXaEnT2YOf1/img.jpg)
알밤은 매년 이맘때면
새벽 숲을 찾는 이를 기다립니다.
알밤은 간밤의 이슬로 단장하고
살며시 얼굴을 비춰줍니다.
허리 굽혀 하나를 주우려고 보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하나만 주우려고 하였는데 어느새 한 손 가득입니다.
어디서 이렇게 밤알이 떨어졌는지 쳐다보니
숲 사이로 새로운 날을 열어가는 하늘이
고개를 내밉니다.
정작 알밤을 내어놓은 밤나무는
자신의 공을 다른 나무들에게 돌리려는 듯
새벽어둠에 자신을 가리고 있습니다.
밤나무가 어디 있는지 찾는 사이
또 하나가 떨어져 밤 구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난여름 동네 사람들이 얼씬도 못하게
온통 가시로 무장했던 밤나무가
이렇게 자신은 새벽어둠에 가리고
밝아오는 하늘 아래 알밤들을 내어 놓습니다.
지난여름 밤 가시로 사람들을 맞이한 것이
못내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알밤을 털어낸 밤 가시 껍질의 하얀 속살에
그 마음이 아로새겨진 것 같습니다.
하늘은 언제나 기다리는 동안
가장 좋은 것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생도 모든 것을 익어가게 하는 하늘의 때를
기다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하게 밝아오는 숲길에
잘 익은 알밤을 가만히 내려놓으며
작은 다람쥐라도 가져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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