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가는 언제나 무엇인가로 작품을 만들어 내기에 매체를 사용하는 작업가이다. 그리고 예술가는 언제나 ‘어울림’의 작업자다.
화가가 물감과 캔버스로, 조각가가 돌과 쇠로 세상을 말한다면, 음악가는 소리와 시간, 그리고 악기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과 대화한다. 물성(物性)을 가진 재료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진동이든, 예술가가 손끝으로 매만지는 모든 재료는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고유한 매체가 된다. 그러나 예술가를 단순히 재료를 잘 다루는 숙련된 기능공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매체를 다루는 목적이 물질의 단순한 변형이나 기술적 연주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매체를 다룬다는 것은 대상과의 첫 번째 어울림을 시작하는 일이다. 조각가는 거친 돌의 결을 강제로 쪼아내기만 하지 않는다. 돌이 가진 고유의 강도와 결, 무게감을 읽어내고, 자신의 상상력과 돌의 성질이 서로 타협하고 어우러지는 지점을 찾는다.
이 깊은 대화는 음악의 영역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무형의 진동에 불과한 소리에 숨을 불어넣고 공기를 울려 형태를 만드는 일, 피아노의 건반 하나, 현의 미세한 떨림, 오케스트라 각 악기가 가진 독특한 음색과 질감은 모두 음악가가 다루는 매체다. 하나의 음(音)은 홀로 존재할 때 그저 하나의 주파수에 불과하지만, 다른 음과 만나고 겹쳐질 때 비로소 ‘음악’이라는 생명을 얻는다.
그렇기에 예술, 특히 음악에 있어 ‘어울림’, 즉 하모니(Harmony)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 예술이 추구하는 가장 숭고한 덕목이자 궁극의 지향점이다.
음악가가 행하는 어울림은 서로 다른 소리들이 대립하지 않고 서로를 받쳐주며 울리는 화성(和聲)에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성질의 악기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전체의 흐름 속에서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그것을 아름다움이라 부른다. 어느 한 음이나 하나의 악기만 과도하게 도드라지거나 타인의 소리를 묵살할 때 하모니는 깨지고 소음이 된다. 예술가는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며, 각 매체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눈부시게 어우러지는 미세한 균형점을 찾아낸다.
나아가 이 어울림은 예술 작품을 거쳐 인간과의 공명으로 확장된다.
"보라, 내가 이 매체를 통해 발견하고 완성한 세상의 한 조각이다."
예술가가 창조한 매체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관객과 연주자, 그리고 작품은 하나로 만난다. 특히 시간의 흐름을 타고 흐르는 음악이라는 매체 속에서, 침묵과 소리, 긴장과 이완, 그리고 공간을 채우는 공기의 떨림은 홀 안에 있는 모든 이의 호흡을 하나로 엮어낸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관객과 연주자가 같은 소리의 파장 속에서 동시에 감동을 느끼는 경험, 이 거대한 공명이야말로 예술이라는 매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깊은 어울림이다.
결국 예술이란 독립된 섬으로 존재하던 요소들이 서로를 향해 다리를 놓는 거대한 여정이다. 사물과 사물, 소리와 소리, 감정과 물성, 그리고 사람과 사람. 예술가는 이 이질적인 대상들을 한데 모아 세상의 불협화음을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으로 전환하는 어울림의 연금술사다.
손끝에 매체를 쥔 예술가는 오늘도 묵묵히 세상을 향해 붓을 들고, 정을 치고, 소리를 어루만진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단지 하나의 물건이나 멜로디가 아니다. 타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결을 맞추며, 마침내 세상을 하나의 완성된 하모니로 감싸 안는 ‘가장 깊고 아름다운 어울림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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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sFujaa9kKk?si=8vnUp9z5lmsWrG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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