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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둔 밤 마음에 잠겨」는 금지곡이었을까? 새찬송가 582장에 숨겨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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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언제부터 교회에서 불렸을까?’

그리고 조금 더 알아보면 의외의 역사를 가진 찬송가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어둔 밤 마음에 잠겨」입니다. 지금은 한국 교회에서 익숙하게 불리는 찬송가입니다. 현재 『새찬송가』에는 582장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찬송가는 한때 교단 차원에서 금지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였을까요?

“예수”가 나오지 않는 찬송가


「어둔 밤 마음에 잠겨」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찬송가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사에는 예수 그리스도나 십자가, 구원과 같은 전통적인 찬송가의 신앙적 언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런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 때에

그리고 이어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 역사의 생명, 새 하늘 새 땅을 이야기합니다.

개인적인 구원이나 하나님에 대한 직접적인 찬양보다는 민족의 역사와 공동체의 미래를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논쟁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것을 과연 찬송가라고 할 수 있는가?”

1988년, 실제로 금지되다


이 논란은 단순한 의견 차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1988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제73회 총회에서는 당시 통일찬송가 261장이었던 이 곡을 교단 산하 교회에서 부르지 않도록 결의했습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상당히 의외의 일입니다. 현재 우리가 찬송가 책을 펼치면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래가 한때는 특정 교단에서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였던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당시 한국 교회 안에 존재했던 신학적·이념적 갈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찬송가는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가?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찬송가는 반드시 하나님을 직접 노래해야 하는가?”

전통적인 찬송가의 관점에서는 당연히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고백하고, 신앙의 내용을 노래하는 것이 찬송가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둔 밤 마음에 잠겨」는 다른 방식으로 신앙을 표현합니다. 역사의 어둠을 바라보고, 그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고, 공동체가 역사의 생명을 이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즉 신앙을 개인의 내면에만 가두지 않고 역사와 사회의 현실 속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한국기독교장로회와 같은 진보적 교회 전통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반면 보수적 교단에서는 이러한 가사가 전통적인 찬송가의 신앙고백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하나의 노래가 신학적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르게 평가된 것입니다.

김재준과 문익환


이 찬송가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김재준 목사입니다. 이 곡은 한국기독교장로회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김재준 목사가 가사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부르는 가사에는 또 다른 인물의 흔적이 있습니다. 문익환 목사입니다.

현재 알려진 3절은 김재준 목사의 원래 가사가 아니라 문익환 목사가 1976년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3절이 이후 통일찬송가에 수록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찬송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 이 한 곡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인물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금지곡인가?


여기서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교회 전체에서 금지된 찬송가는 아닙니다.

지금은 『새찬송가』 582장으로 정식 수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어둔 밤 마음에 잠겨」는 금지곡이다”라고 단정하면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특정 보수 교단에서 금지된 전력이 있는 찬송가” 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한때 금지되었지만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오늘날 한국 교회의 공식 찬송가 가운데 하나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노래 하나가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저는 이 곡의 역사가 음악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음악을 멜로디와 화성, 리듬과 형식으로만 바라봅니다. 하지만 음악은 때때로 한 시대의 가치관과 갈등을 기록하는 역사적 문서이기도 합니다.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가. 어떤 노래를 금지할 것인가. 무엇을 찬송이라고 인정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는 단순한 음악적 판단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어떤 미래를 꿈꾸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둔 밤 마음에 잠겨」는 단순한 찬송가 한 곡이 아닙니다. 한국 교회가 지나온 신학적 갈등과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을 노래로 기억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래서 지금도 이 노래가 불리는 것이 아닐까요.

한때 누군가는 부르지 말라고 했던 노래가 시간을 건너 오늘 우리의 입술에서 다시 불리고 있습니다.

음악은 그렇게 살아남아 시대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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