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의 역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장애물이 될 때

우리는 흔히 전문성과 경험을 성공의 필수 조건으로 여긴다. 오랜 시간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게 해주고,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전문성이 때로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사고의 틀에 갇히게 된다. 수십 년간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온 사람은 그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확신은 대부분의 경우 옳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문제는 세상이 변할 때 발생한다. 시장 환경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고, 소비자의 니즈가 달라진다. 하지만 전문가의 머릿속에 각인된 과거의 성공 경험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전에도 이렇게 해서 성공했는데"라는 생각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을 막는다.

사진 필름 업계의 거인이었던 코다크의 몰락은 이를 잘 보여준다. 놀랍게도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발명한 회사가 바로 코다크였다. 1975년 코다크의 엔지니어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회사 경영진은 이를 상용화하지 않았다. 필름 사업에서 쌓아온 전문성과 막대한 수익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로의 전환을 가로막은 것이다. 경영진은 "필름 시장은 아직 건재하다", "디지털은 우리의 핵심 사업을 위협할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들의 전문적 판단은 현재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코다크는 자신들이 발명한 기술로 인해 무너졌다.

선불교에서는 '초심(初心)', 즉 초보자의 마음을 강조한다. 초보자의 마음에는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그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전문가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초보자는 모든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혁신이 업계 외부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존의 전문가들이 "그건 불가능해", "시장이 원하지 않아"라고 말할 때, 업계의 상식을 모르는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자동차 업계 출신이 아니었고,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은 호텔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문성을 버려야 할까? 그것은 아니다. 핵심은 '언러닝(unlearning)', 즉 배운 것을 내려놓는 능력이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과거에 배운 것 중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오랜 시간 쌓아온 신념과 방법론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했던 건가?"라는 질문은 누구에게나 불편하다. 하지만 진정한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성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다. 환경이 변했을 때 자신의 지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꺼이 다시 배우려는 사람이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 기후변화, 인구 구조의 변화 등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생각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다.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하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최선인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환경이 바뀌었다면 우리의 접근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전문성의 함정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진정한 전문가란 자신의 전문성을 절대화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늘의 정답이 내일의 오답이 될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변화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https://youtu.be/Ql1SJgSsL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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