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상하게도 전화가 두 번이나 나를 멈춰 세웠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핵심 멤버들과의 미팅을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낯선 번호가 휴대전화 화면에 떴다.
받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요즘에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가 워낙 많으니 그냥 지나칠까도 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손이 먼저 움직였다.
“여보세요.”
상대방은 자신을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사무총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내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며, 강연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을 쓴다는 것은 참 묘한 일이다.
책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책장에 꽂히고, 누군가의 손에 들리고, 어느 날 누군가의 생각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때로는 이렇게 뜻밖의 전화가 되어 돌아온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강연 요청을 받아들였다.
미팅을 마치고 지하철에 올랐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모르는 번호였다.
이번에는 이천의 한 독서 모임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내 책을 읽고 강연을 부탁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두 곳에서 강연 요청을 받은 것이다.
참 감사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책을 쓰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일 때가 많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책상 앞에서 문장을 고치고, 한 문장을 붙잡고 오래 고민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가 과연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생각했던 순간도 많았다.
그런데 책이 내 손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고 나면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책을 펼친다.
한 문장을 읽는다.
생각을 멈춘다.
그리고 어느 날 전화를 건다.
“강연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늘 두 통의 전화가 내게 알려준 것은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심을 다해 만든 것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것.
그 시점과 장소는 내가 정할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정성껏 하는 것.
한 권의 책을 만들 때도, 한 번의 강연을 준비할 때도, 한 사람을 만날 때도 그렇게 하는 것.

지하철 창밖으로 비내리는 저녁 풍경이 빠르게 흘러간다.
오늘도 나는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한다.
사람은 길을 가면서 참 많은 것을 만난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고,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만나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오늘 내게 온 두 통의 전화도 그런 만남이었다.
받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던 첫 번째 전화.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받은 두 번째 전화.
어쩌면 인생은 그런 작은 순간들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벨이 울렸을 때 한 번 더 귀 기울이는 것.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할 때 감사하게 응답하는 것.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며, 그 길이 누군가에게 작은 의미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것.
오늘은 참 감사한 하루다.
책을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하고,
강연을 청해준 두 곳에 감사하고,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한다.
좋은 책은 책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진다.
오늘, 그 사실을 두 통의 전화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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