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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Story/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과의 관계

by 정마에Zeongmae 2023.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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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는 필연적으로 파트너십이 중요한 행위다. 모든 위대한 지휘자는 궁극적으로 위대한 앙상블과 연을 맺게 되고, 양자 간의 관계는 양측 모두에게 독특한 그 무엇인가를 구축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교향악단 앞에 처음으로 섰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 한번 상상해 보기 바란다. 무대 위에는 무려 100명의 연주자가 앉아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각자의 예술을 연마하여 완벽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데 평생을 바친 이들이며, 자의건 타의건 각자의 개성을 오케스트라라 불리는 더 큰 존재에 예속시키는 이들이다. 단원들은 힘들고 보상도 변변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목관악기 혹은 금관악기 연주자나 현악군 수석쯤 되면 그래도 간혹 독주의 기회를 얻어 자기가 가진 예술가로서의 기교를 표현하곤 한다. 압도적 다수의 단원들은 각자 속한 섹션 리더를 따라 연주함으로써 서양음악 표현력의 정점인 교향악단의 연광된 사운드를 향해 다가간다.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쉼표 구간에서 쉬지 않는다. 잠시 악기를 내려놓을 뿐이지 연주 중인 다른 단원들의 음악을 듣고 그들을 보조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익명성이 강조되는 일이다 보니 각자의 재능과 성취가 가진 특별한 성질이 잠식되곤 하는 것이 ㄸ한 오케스트라 단원 노릇이다.

    모든 지휘자는 항상 오디션을 보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는 우리가 우리 앞에 놓인 모든 이를 이끄는 명백한 지도자처럼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지휘자는 나이를 먹고 명성을 쌓아감에 따라 새로운 기대를 받고 새로운 불신과 싸우는 존재다. 이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베를린 필이 어떻게 헤어졌는지, 오자와 세이지가 보스턴에서 보낸 마지막 몇 년이 어땠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설령 자신의 경력상 정점에 도달한 시기에도 지휘자는 심리적·정치적·신체적 변화와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평생 커리어를 일궈가는 사람들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리라. 오케스트라는 그 고유의 속성상 만장일치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는 또한 그들이 끼리끼리 행동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파벌적 결속력은 감탄과 존경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멈출 수 없는 불안 요소가 되기도 한다.

https://youtu.be/WUsO6a-Kyqw?si=bd94M73X6lZYhd4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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