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Story

멘델스존: 현악4중주 제6번 f단조 Op. 80

by 정마에Zeongmae 2020. 9. 13.
728x90
반응형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의 현악사중주는 그의 작품 중에서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 가장 핵심이 되고 후대에 까지 영향을 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현악사중주 중에서도 가장 내용이 깊고 혁신적이지만 또 가장 알려져 있지 않은 곡이 바로 그의 마지막 <현악사중주 제6번 f단조 Op. 80>이다.

    <현악사중주 6번 F단조 Op. 80>는 멘델스존이 눈을 감은 1847년에 남긴 작품으로 미완성 오페라 <롤렐라이 Die Loreley, Op.98>를 제외한다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는 셈이다. 이 현악사중주는 그 해 5월에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난 누나 파니 멘델스존(Fanny Mendelssohn, 1805- 1847)의 명복을 비는 바램으로 완성되어 "파니를 위한 진혼곡(Requiem for Fanny)"이라 불리기도 한다. 펠릭스는 자신에게 비축된 모든 인간적 감정, 이를테면 슬픔은 물론 절망과 분노까지 이 작품에 송두리째 쏟아부었다.  

   1847년 9월 초순에 완성되었으며, 10월 5일 펠릭스 멘델스존은 친구 이그나츠 모셸레스(Ignaz Moscheles)와 함께 이를 초연하며 누나를 추모하였다. 그리고 1 개월만인 11월 4일 그도 역시 같은 증상으로 숨을 거두게 말았다. 멘델스존이 파니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서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는 전통적인 견해를 의심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가 그녀의 죽음을 알기도 전에 장례식과 추도식이 이미 끝나버려 행사에 참석도 할 수 없었던 그는 슬픔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다음 해 11월 4일 펠릭스 멘델스존의 1주기를 맞이하여 절친한 친구이었던 요셉 요하임(Joseph Joachim)의 바이올린 연주로 라이프치히에서 공식적인 초연을 했으며 1850년에 악보가 출판되었다. 

 

 

펠릭스 멘델스존과 파니 멘델스존

 

 

 

   사랑하는 누나 파니의 죽음으로 슬픔에 젖어 있던 멘델스존은 1847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스위스 산악 지방을 여행하다가 루체른에 머물며 이 지역의 마을과 산 풍경을 신비롭고 서늘한 수채화로 그렸다. 그가 바라본 성 레오데가르 교회의 모습은 맑고 투명하지만 당시 그의 감정은 혼란스럽고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만년의 걸작 <현악사중주 제6번 f단조 Op.80>은 이런 강렬한 감정이 투영되어 있다. 

   실제 생애에 있었던 사실을 이런 식으로 읽어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가 쓴 것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음악인 이 사중주에서 파니의 죽으므로 인한 고통의 표현을 보지 않을 수 없다. Op. 44에서와 같은 절제된 고전주의는 사라졌다. 여기에 있는 것은 "고통스러운 감정의 동요"라는 모셸레스의 말이 적절하다고 해야 할 음악언어이다. 그 감정으로부터 잠시라도 놓여나는 것은 깊은 비가(悲歌)와도 같은 느린  악장뿐이다.

   4악장 구조로 외부적으로는 특이한 구석이 없지만 1악장 첫음부터 우리를 놀라움에 빠뜨린다. 강력한 트렐몰로의 총주와 절규하는 듯한 1바이올린의 선율은 강력한 분노와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표현한다. 분노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전 악기에 통짜로 실려 나오는데, 아름다운 선율은 찾아볼 수 없이 조각난 1주제와 첼로의 페달 포인트와 기괴한 당김음의 2주제가 변변한 경과부도 없이 나온다. 선율이 모티브가 아니라 리듬과 음 덩어리가 사실상의 모티브가 되는 악장으로 이게 과연 멘델스존의 곡인가 할 정도이다. 전개부에는 대위법이 구사되는데 베토벤이 연상된다. 언제 재현부에 들어가는 줄도 모르게 갔다가 분노의 프레스토로 끝을 맺는다. 2악장인 알레그로 아사이의 들쑥날쑥한 당김음은 전형적인 '멘델스존적' 스케르초와는 한찬 거리가 멀다.  3악장에 가서야 분노와 공포의 감정이 슬픔으로 녹아 떨어지는데 다리를 절며 절며 가며 외로히 눈물 훔치고 있는 멘델스존의 비탄이 눈앞에 보인다. 1악장보다 강렬한 파토스가 실린 4악장은 뚜렷한 주제 선율 없이 모든 악기가 유니즌으로 리듬주제와 동기를 연주하는데 단호하고 결연하다.  

나는 홀로 고통스러워하네. 

이 고통은 끝나지 않으리.

나는 너로부터, 너는 나로부터,

아아 나의 사랑하는 이여, 헤어져야 했으니.

- 멘델스존 <독일의 옛 봄노래 Altdeutsches Fruhlingslied> 중 마지막 가사

 

 

728x90
반응형

'Music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휘의 예술  (0) 2020.09.18
하이든 교향곡 제85번 "왕비"  (3) 2020.09.15
지휘자가 할 일  (2) 2020.09.09
지휘자는??  (0) 2020.08.26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 '레닌그라드'  (4) 2020.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