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Story

◇ 타이케 (Carl Teike, 1864~1922), 행진곡 《옛 친구 Alte Kameraden》◇

by 정마에Zeongmae 2019. 5. 16.
728x90
반응형


예전 60-80년대엔 고등학교마다 밴드부(브라스밴드)가 있었죠. 그땐 잘 몰랐지만 이 밴드부가 학생들의 정서함양이라든지 특기계발 뭐 이런 것을 위해 운영되는 건 아니었어요. 때가 유신정권의 군부독재 시절이니 고등학교 교과정에 교련이라는 군사교육이 있었고, 1년에 한 번씩 교련검열이라는 것을 받았습니다. 그때 전 학생들이 교련검열관들과 교장선생님 등 앞에서 사열을 받고 분열을 하게 되는데 이때 행진곡을 연주할 브라스밴드가 필요했어요. 

암튼 제가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가니 떠억하니 이 밴드부가 입학식에 연주를 하더라구요(우리 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한 교정에 있었어요). 넘넘 멋있는거에요. Bravo~~~!!



입학식이 끝나고 처음 학교에 등교한 그 주에 친구를 꼬득여 밴드부실로 무작정 갔습니다. 선배들이 엄청 반기더군요. 왜 이렇게 유난스럽게 환영해 주는 지는 나중에 알게 되죠. 그 밴드부라는 곳이 어낙 거칠고 험한 곳(거의 매일 줄빠따를 맞아 오히려 안 맞으면 불안한...)이어서 자기 발로 문열고 찾아 들어가는 아이들은 없었던 거죠.... 그 어마무시한 굴 속으로 갓 입학한 중1이 멋모르고 들어오니 선배들이 그럴 수 밖에요. 

이렇게 밴드부원이 된 저는 클라리넷을 불게 됩니다. 매일 방과 후 2~3시간씩 입술이 터지도록 연습을 하고 악보를 외웠습니다. 아니 외울 수 밖에 없었어요. 못 외우면 행진하면서 연주를 못하게 되니까 그날 정해진 분량을 외우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도 늦어지고 또 빠따를 엉덩이가 터지도록 맞아야 하니까요... 

사실 나는 아곱를 못외워서 맞아보지는 않았지만 ㅋ~~~

이 밴드부를 하면서 수자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의 행진곡들을 알게 되고, 이때 알게 된 곡 중 하나가 바로 타이케 (Carl Teike, 1864~1922)가 작곡한 《옛 친구 Alte Kameraden》라는 행진곡입니다.



작곡자 타이케는 19세 때 남부 독일 울름에 주둔했던 독일제국 육군 제123척탄병연대 군악대에 입대하여 처음에는 타악기를 하다가 후에 오보에 주자가 되었으며, 한편으론 작곡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전혀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이 곡의 경우 악장에게 '이 악보와 가장 비슷한 것들은 화덕에 처넣겠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해요. 제대 후 고작 25마르크를 받고 출판사에 팔아넘겼는데 예상을 크게 히트가 되었습니다.
이 곡의 제목이 《옛 친구》인 것은 실의에 싸여 제대를 하는 그를 동료들이 따뜻하게 격려해 준 데 감격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해요. 군악대를 떠난 타이케는 그 후 경찰이 되었으며, 1895년 북부 독일의 포츠담에서 황실 경찰이 되었습니다. 

그는 작곡을 계속하여 《쩨페린 백작 (정복자)》등 100곡 이상의 행진곡을 남겼어요. 그러나 만년은 불운하여 건강이 나빴고, 시골 우체국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이 곡은 극히 독일적인 음악이며 19세기 말의 작풍으로 짙게 채색된 행진곡입니다.




728x90
반응형

'Music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헨델 《수상음악(Water Music)》  (0) 2019.06.13
창조 & 혁신  (0) 2019.06.07
◇ 리르(Lyre) ◇  (0) 2019.05.13
베르디와 트럼본 주자  (0) 2019.05.05
베르디 <현악4중주 e단조>  (0) 201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