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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알밤에 새긴 하늘마음

by 정마에Zeongmae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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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안개가 낍니다.
가을 안개로 열어가는 새벽 숲에
반짝이며 마음을 붙잡는 것이 있습니다.
숲길 위의 알밤입니다.


알밤은 매년 이맘때면
새벽 숲을 찾는 이를 기다립니다.
알밤은 간밤의 이슬로 단장하고
살며시 얼굴을 비춰줍니다.
허리 굽혀 하나를 주우려고 보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하나만 주우려고 하였는데 어느새 한 손 가득입니다.

어디서 이렇게 밤알이 떨어졌는지 쳐다보니
숲 사이로 새로운 날을 열어가는 하늘이
고개를 내밉니다.
정작 알밤을 내어놓은 밤나무는
자신의 공을 다른 나무들에게 돌리려는 듯
새벽어둠에 자신을 가리고 있습니다.

밤나무가 어디 있는지 찾는 사이
또 하나가 떨어져 밤 구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난여름 동네 사람들이 얼씬도 못하게
온통 가시로 무장했던 밤나무가
이렇게 자신은 새벽어둠에 가리고
밝아오는 하늘 아래 알밤들을 내어 놓습니다.
지난여름 밤 가시로 사람들을 맞이한 것이
못내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알밤을 털어낸 밤 가시 껍질의 하얀 속살에
그 마음이 아로새겨진 것 같습니다.

하늘은 언제나 기다리는 동안
가장 좋은 것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생도 모든 것을 익어가게 하는 하늘의 때를
기다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하게 밝아오는 숲길에
잘 익은 알밤을 가만히 내려놓으며
작은 다람쥐라도 가져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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