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樂記)에 이르기를 "무릇 음(音)이 일어나는 까닭은 사람의 마음이 외부의 자극에 느껴서 생기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凡音之起由人心生也 人心之動使之然也 感於物而動故 形於聲" - 樂記
오래도록 동양사상의 근저에는 유가 사상(儒家思想)이 자리 잡고 있다. 유가 사상의 본령은 수기치인(修己治人)에 있다. 이를 위한 내적·정신적 바탕은 인의(仁義) 요, 이의 외적 발현(發現)을 촉구하는 방편이기도 한 것이 곧 예악(禮樂)이다.
남을 다스림에 앞서 나를 닦아야 하므로 "예악"이 개체의 수양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은 물론이나, 유가(儒家)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세제국(經世濟國)하여 평천하(平天下)하는 데 있다.
따라서 "예악"은 치국(治國)의 방편으로서의 의의가 더욱 큰 것이다. 나아가 "예악"을 음양의 관계로 보게 되니 더욱 천하를 다스리는 조화(造化)의 방법이 된 것이다.
악학궤범에도 "예(禮)와 악(樂)은 경(敬)과 화(和)로 근본 삼는다."라고 하였고, 악기(樂記)에서는 "악(樂)은 양(陽)에서 오고 예(禮)는 음(陰)에서 되었으니 천지간에 만물이 산재하는 데는 예(禮)가 있어 질서가 이루어지고 끊임없이 흐르며 서로 어울려 변화하는 데는 악(樂)이 흥하였다. 그러므로 예악은 결일불가(缺一不可) 한 것이다. 예(禮)만으로는 이(離)해서 태엄(太嚴)하여 인정(人情)이 통하지 않고 악(樂)만으로는 유(流)해서 태화(太和)하니 절제할 수가 없다."라고 하였다.
유교의 이상인 자신을 수양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수기(修己) 안인(安人)”의 요령은 정성[誠]과 삼달덕[智仁勇]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수양에 있어서 사람 의 마음을 다루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사람의 마음은 잠시도 멈추지 아니하고 출 렁거리며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 오죽하면 ‘심원의마(心猿意馬)’, 즉 마음은 원숭이 같고 뜻은 말과 같다는 이야기가 있겠는가? 웬만한 선비나 군자가 아니면 정성스러 운 마음을 간직하여 지인용을 닦고 지인용을 행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거친 마음의 물결이 넘쳐나지 않도록 제방을 쌓아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 마음이라는 물을 일정하게 제어하는 제방을 이름 하여 ‘예(禮)’라고 한다. ‘예(禮)’는 마음의 제방이요 일상생활의 안전판이다. 수영에 있어서 헤엄을 잘 치기 위해서도 일정한 자세와 운동 요령을 지켜야 하지만, 일단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서도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자세와 요령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예는 사람으로 하여금 병들거나 상처받거나 좌절하지 않게 하는 안전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禮)’는 행동의 모범양식이며 사회생활에 있어서 성공비결이 된다. 예를 들어 수영을 할 때에도 전문가가 가르치는 자세를 따라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 다. 서예에서도 기본적인 서법을 꾸준히 익혀야 훌륭한 글씨를 쓸 수 있다.
반대로 예는 아름다움의 모듬이므로, 자신의 몸가짐을 늘 올바르게 하며 매사에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짧은 기간이라면 몰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인정도 받게 되며 나아가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예기(禮記) 곡례편(曲禮篇)』의 처음에 “무불경(毋不敬) 엄약사(儼若思) 안정사 (安定辭) 안민재(安民哉)”라는 예를 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나온다. 예의 핵심은 공경이요 엄숙이요 평안함이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서도 ‘경(敬)’이야 말로 예의 핵심요소이다. 이어서 나오는, 넘실거리는 마음을 제어 하고 경계하라는 문장 즉, “오만한 마음을 자라게 해서는 안되며 욕심을 다 좇아서 는 안되며 뜻은 가득 차게 해서는 안되며 즐거움을 극도로 누려서는 안된다”는 말 씀들3)도 참으로 금언이라 새기고 또 새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예는 내면적으로는 일종의 경건한 계율이 되고 외면적으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질서이다. 그러나 그 중심에 공경과 경건함이 자리하 므로 자칫하면 인간관계가 경직될 수 있고 내면적인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한다. 그러나 사람이란 스스로에게도 또 남에게도 늘 강도 높은 긴장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기제가 있다면 아주 좋을 것이다. 그런 데 그것이 바로 음악이라는 것이다.
동양의 고전에서는 음악을 주로 ‘악(樂)’이라고 칭한다. 이 ‘악(樂)’에는 시와 노래 와 춤이 포함되어있다. 악기로써 연주되는 기악도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시는 사 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요 노래는 이 시를 길게 부르며 가락을 붙인 것이요 춤은 이 노래에 맞추어 손과 발이 흥을 내어 율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보다 강력하고 멋스럽게 표현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악기들이다.
악을 구성하는 시와 노래와 춤과 기악연주의 공통점은 ‘즐겁다’는 것이다. 악은 즐거우므로 누구나 흥미를 느끼며 좋아하고 따른다. 계속해서 반복할 수도 있고 오래 해도 지루해 하지 않는다. 그러는 가운데 언어가 순화되고 혈맥이 소통하고 힘줄이 단련되고 기운이 생동한다. 더구나 혼자서 즐기는 것보다 여럿이 즐기는 것이 훨씬 좋기 때문에 주위와 동화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화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예절이 주는 긴장감을 해소시켜주며 엄숙함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 다만 악(樂)만을 추구 한다면 너무 흥에 빠질 수 있고 사람들 사이에 예의가 점점 없어질 우려가 크다.
예와 악은 표리의 관계요 손바닥과 손등의 사이이다. 예는 땅을 본받고 악은 하늘을 닮았다 한다. 예의 덕은 경(敬)이요 악의 덕은 화(和)이다. 예식(禮式)이 있는 곳에 음악이 있고 음악이 연주되는 자리에 예절이 있다. 유교는 바로 예악으로 몸 을 닦고 예악으로 나라를 다스리라는 가르침이요 학문이다. 이처럼 예와 악은 인 간에게 모두 필요하며 함께 배우고 익혀야 하고 둘을 병행해서 사용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 차원에서거나 효율성이 높다.
'Music Story > 음악 & 치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유를 필요로 하는 상태 1 - 불안 (0) | 2022.05.10 |
---|---|
성경적 음악 치유 2 (0) | 2022.05.07 |
성경적 음악 치유 1 (0) | 2022.05.03 |
음악과 정서의 공명 - 공감 (1) | 2022.04.30 |
신체의 공명 (1) | 2022.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