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인간관계의 거리

정마에Zeongmae 2021. 3. 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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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숨겨진 차원」에서 포유류와 조류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본능이 있다고 말합니다. 방어 본능이 인간관계의 거리를 만든다는 것이죠. 홀은 미국 북동 해안 지역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인간관계의 거리를 '친밀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공공적 거리'의 네 단계로 분류했습니다.


   에드워드 홀이 주목한 부분은 상대방을 대할 대의 느낌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싫어하는 사람과 '친밀한 거리'에 있다면 멀리 떨어져 피하고 싶을 것이고, 반대로 '공공적 거리'와 같이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면 '사회적 거리'나 나아가 '개인적 거리'에 들어갈 기회를 만들려고 하겠죠.

   가까운 거리는 친밀한 사이에서 허락되는 특별한 영역입니다. 자주 만나면 정이 든다고 하죠. 세세히 관찰하다 보면 상대방의 일이 마치 나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중한 것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소박한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가족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포근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 등 지금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 가운데 있습니다.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 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생각의 탄생」의 글처럼 일상의 아름다움은 집착을 버리고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화상을 그리면 얼굴 구석구석을 만지는 기분이 들면서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하고 새삼 놀랍니다. 자화상을 그리기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입니다. 거울을 보거나 얼굴 사진을 찍어 앞에 두고 외곽선을 관찰하면서 천천히 선을 긋습니다. 얼굴형과 광대뼈, 눈과 입술 모양, 그리고 입가의 팔자 주름이나 눈가의 잔주름을 관찰해 보세요. 얼굴을 관찰하며 그리는 작업은 얼굴을 천천히 만지는 손길과 같아서 평소에 보지 못했던 표정과 감정까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나에게 생각보다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신승윤, 「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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