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Story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b 단조, Op.23

정마에Zeongmae 2020. 11. 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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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세련된 서구적 취향의 화려함은 없으나, 러시아적인 주제를 사용한 슬라브적인 중후하고 두터운 선과 색채적인 관현악법이 이 곡의 매력이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기술적인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일류 피아니스트들이 앞다투어 연주하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얼룩진 삶에 끈질기게 실처럼 따라다녔던 것은 신경쇠약 증세였다. 성공보다는 실패에 더 민감했던 차이코프스키는 그가 음악의 구세주라고 생각했던 모차르트와 자기 자신을 비교하며 형식미와 구성력의 부족함을 특히 한탄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항상 비판하고 회의했던 그는 이 피아노 협주곡 제1번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의 스승이자 당시 러시아 피아니즘의 대부로 손꼽히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Nikolay Rubinstein)에게 이 작품을 보냈고 그의 의견을 기다렸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루빈스타인은 이 작품을 엉뚱하고 기괴하며 거북스럽기 그지 없는, 한마디로 구제불능의 곡이라고 신랄한 평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이 협주곡이 연주하기에 너무 어렵고 곡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너무 잘게 조각 나 있으며 서투르게 취급되어 있다고 평하고, 덧붙여 이런 2류 작품은 반드시 대대적으로 수정을 해야만 자신이 연주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차이코프스키가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에게 쓴 편지에 대체적으로 정확하게 적혀 있다.

 

   이에 격분한 차이코프스키는 독일의 명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한스 폰 뷜로(Hans Von Büllow)에게 이 작품을 헌정했다. 이 작품의 가치를 인정했던 뷜로는 이 곡을 미국 연주회 도중 1875년 10월 25일 벤저민 존슨 랑의 지휘와 함께 보스턴에서 초연했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같은 해 모스크바에서도 연주해 호평을 받게 되었다. 결국 3년 뒤에는 루빈스타인이 직접 화해를 구하게 되었고 두 사람의 우정은 다시 회복되었다고 한다.

 

   이후 차이콥스키는 이 작품에 수정을 가하여 모스크바의 유르겐슨 출판사를 통해 세 개의 판본을 발표했다. 첫 번째는 1875년에 완성한 ‘오케스트라 반주의, 혹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 협주곡’이고, 두 번째는 1879년 9월 개정된 판본, 마지막 세 번째는 1889~90년에 개정된 판본이다.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 Bb 단조, 3/4 박자

 

   이 협주곡은 전악장이 고전 협주곡의 형식을 거의 따르고 있으나, 제1악장은 소나타 형식의 발자취를 더듬는 정도이고 지극히 자유롭게 처리되어 있다. 웅장하고 풍부한 색채로 시작하는 환상곡적인 느낌까지 가지고 있는 이 1악장은 오케스트라의 강렬함과 화려하고 육중한 피아노가 서로 대결하는 듯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특징으로서, 장대한 1주제와 낭만적인 2주제의 뚜렷한 대비가 인상적이다.

   자유로운 처리는 곡의 조성의 변화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이 곡이  Bb 단조 협주곡이라고는 하지만 Bb 단조는 시작되는 네 마디의 도입 부분뿐이며, 5마디부터 나타나는 피아노 독주는 Db 장조이다. 또 제1악장 전체는 대체적으로 Db 장조에 머무르며, 급히 Bb 장조로 조바꿈되어 끝나고 있다. 또한 제2악장도 으뜸조는 Db 정조로 나타나며, 제3악장도 Bb 단조로 시작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Db 장조에 관계가 있다.

   

 

   제2악장: Andantino semplice - Prestissimo - Tempo primo, Db 장조, 6/8 박자

 

   느린 안단테 악장과 스케르초 악장을 뒤섞어놓은 듯한 혁신적인 악장이다.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드는 아기의 평온함으로 시작하여, 프레스티시모로 질주하는 환상 속의동화를 꿈꾸다가 첫 자장가로 돌아오는 모습은 지극히 전원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을 연상시킨다.

   목가적인 안단테의 주제는 피치카토로 반주되는 플루트의 독주로 나타나며, 다음에 피아노가 이어받아 왼손으로 가볍게 아르페지오의 반주를 덧붙이면서 반복되고, 짧은 간주 다음에 다시 첼로, 오보에 순으로 교체되며 연주된다.

   중간부의 템포가 프레스티시모로 변하여 성급한 카프리치오로 바뀌며 평화로운 목가는 일단 중단되나, 제3부에 피아노 독주가 다시 나타나서 트릴과 장식 음형을 더해 변주 반복된다.

 

 

   제3악장: Allegro con fuoco, Bb 단조, 3/4 박자


   피아노 협주곡 역사상 가장 맹렬하고 장대하며 스펙타클한 악장으로 손꼽힌다. 이 3악장은 슬라브 무곡과 같이 두터운 골격으로 된 주제의 론도이다. 1악장과 같이 오케스트라의 네 마디의 도입에 이어 론도 주제는  피아노의 독주에 의해 시작한다. 이어지는 바이올린에 의해 간결한 가요적인 2주제가 Bb 장조로 잇달아 펼쳐지며 서정과 기교의 긴박감 넘치는 조화와 대비를 이룬다. 이 2주제는 리듬이 독특해서 실제로는 2/4 박자로 들린다. 

   특히 마지막 피아노 코다 부분에서의 빠르고 강렬하며 비르투오시티 넘치는 옥타브와 이어지는 오케스트라 총주의 터질 듯 벅차오르는 사운드는 러시아의 호방함과 저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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