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Story

슈베르트: 현악 4중주 제12번 「4중주 c단조, D.703」

정마에Zeongmae 2021. 5. 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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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악 4중주 제12번으로 전집판에 수록되어 있는 이 곡은 사실은 하나의 악장에 지나지 않는 곡이다. 소나타 형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마 미완성된 4중주의 제1악장이라고 해야 좋을 것 같다. 전집판이 이 곡을 유보해 두었더라면 오늘날 이 뛰어난 작품은 햇빛을 보지 못한 채 묻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슈베르트는 제11번의 4중주곡을 쓴 후 1820년 말까지(제12번이 작곡되기까지) 실로 4년 동안이나 이 분야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오랜 잠을 통해 슈베르트 자신은  커다란 성장을 가져 오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이 곡으로부터 고전적인 작품의 양상을 찾아 볼 수 없으며, 그전 작품과도 단절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말을 발견하고 그것을 서슴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천국적인 길이'라든가 하는 요설은 없고, 밀도 짙은 깊이있는 내용을 사려깊은 계획성 속에서 슈베르트가 이 작품을 쓰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신중성이 이 곡을 미완성으로 그치게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다음 작품 4중주를 쓰기까지에 다시 3년이란 공백을 두게 되었다. 

 

 

   이 제12번 c단조 D.703은 단 하나의 악장으로 되어 있다. 소나타 형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완성의 4중주 제1악장이 될 것이다. Allegro assai c단조 6/8박자로 특히 재현부에서는 제1주제부가 생략되는 대담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재현부의 단축화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등에서도 볼 수 있는데, 슈베르트가 취한 방법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이 곡의 경우는 악곡 구성상의 효과를 겨냥한 계획적인 발상인듯 싶다. 그 증거로써 코다부분을 듣노라면 제1주제가 회상적으로 나타나서 겨우 10마디 미만 속에서 pp에서 ff의 정점에 도달하여 곡을 끝맺는 훌륭한 솜씨는 처음부터 의도된 구성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곡의 성격을 결정짓는 세밀히 움직이는 트레몰로의  제1주제가 도입부처럼 제시됨으로써 시작한다. 반음정으로 인접되어 있는 자수 음형의 3음 모티프와 트레몰로를 전곡에 걸쳐 들을 수 있는데 그것이 이 곡에 어떤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제2주제는 병행조도 같은으뜸음조도 아닌 장3도 아래의 Ab장조로 선택되어 제1주제와는 대조적으로 긴 음표로 느긋한 성악적 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는 Db장조로 옮겨지기도 하고, 옥타브 위로 올려지기도 해서 4회 되풀이된 후에 코데타로 진행된다. 이상 두 주제의 제시에 60마디가 할당되고 있는데, 이어지는 코데타부는 80마디에 이르는 긴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주제의 전개에 주어져 있으며, 전반에서는 제1주제와 새로 들여온 32분음표에 의한 급속한 상승 음계로 구성되고, 후반에서는 기분 나쁘게 흔들리는 제1주제 위에 명랑한 대선율이 G장조로 코데타 주제를 겸하여 노래된다. 몇 차례나 전조가 되풀이된 후에 c단조 딸림화음으로 반종지한다.

 

   이어서 전개부는 Ab장조로 시작되고 직전의 코데타의 방법을 답습하여 54마디로 짧게 끝낸다. 재현부에서는 제1주제가 과감히 생략되고 제2주제가 Bb장조로 이어지며 이후 110마디의 재현이 이루어진다. 종결부에서나, 재현부 첫머리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제1주제가 으뜸조로 부활하여 압도적인 코다를 만들고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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