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 앞 우물곁에 서 있는 보리수
「보리수」는 24곡으로 구성된 연가곡집 《겨울여행》의 다섯 번째 곡인데 슈베르트는 이 곡을 엄청 사랑했다고 해요. 우리에게 '겨울 나그네'로 많이 알려진 《겨울여행》은 슈베르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서정시인 빌헬름 뮐러가 1821~1822년에 걸쳐 완성한 시집에 곡을 붙인 것으로, 여기서의 여행은 즐겁게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정처 없는 쓸쓸한 여행이랍니다. 그러니까 이 시집에서는 사랑의 상처를 입은 나그네가 눈보라 치는 겨울에 정처 없이 방황하며 겪은 일을 노래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소외된 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겨울여행》은 슈베르트가 가난과 질병 속에서 마지막으로 쓴 가곡집이에요. 그중 간결하고 소박한 「보리수」는 평온함과 깊은 우수를 느끼게 합니다. 나그네는 보리수 그늘 아래에서 단꿈을 꾸고 나서 나뭇가지에 사랑의 말을 새겨두었다가 겨울에 먼 길을 떠나 방랑할 때 바람결에 떨던 나뭇가지 소리를 회고하는데, 그 소리는 마치 '여기 와서 안식을 찾으라'라는 속삭임처럼 들려요.
슈베르트는 그가 존경하던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해인 1827 년에 《겨울여행》을 완성하고는 그다음 해인 1828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던 11월 19일에 영원한 안식의 길을 떠나고 말았어요.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31세. 무한한 시간 중에서 그에게 할당된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죠. 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선율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 깊이 살아 숨 쉬고 있어요. 그는 소원대로 베토벤 묘소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찾았어요. 한편 시인 빌헬름 뮐러는 슈베르트가 《겨울여행》을 완성한 1827년 3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그에게도 무한한 시간 중 할당된 시간은 너무도 짧았죠.
https://youtu.be/jyxMMg6bxrg?si=ty6dhZo_yxN_cy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