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 헝가리안 랩소디 제15번 <라코치 행진곡>(Liszt: Hungarian Rhapsody No. 15 <Rákóczi March>)
헝가리 사람들은 유럽에서 가장 이질적인 민족 중의 하나인데, 집시는 이런 이질적인 민족 틈에 사는 또 다른 이질적인 민족이다. 헝가리에서 집시들은 가장 빈곤한 계층에 속한다. 이들은 수세기 동안 헝가리 사람들의 불신과 냉대 속에서 살아오고 있는데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하지만 다른 부류의 집시도 있다. 헝가리 관광 안내책자를 보면 으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집시의 모습이 실려있다. 부다페스트의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불같은 리듬과 달콤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집시 바이올린 주자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연주는 거의 비르투오조에 가깝다. 헝가리 사람들은 집시들을 찌가니Czigany라고 부르는데, 이에 해당하는 프랑스어는 찌간느tzigane이고 독일어는 찌고이너Zigeuner이다.
한편 스페인의 집시라면 기타라는 악기를 연상하게 되고, 헝가리의 집시라면 바이올린을 먼저 연상하게 된다. 라벨의 바이올린 명곡인 <찌간느Tzigane>나, 사라사테의 <찌고이너바이젠Ziguenernerien>은 스페인이 아니라 헝가리 집시 바이올린을 연상하게 하는 좋은 예일 것이다.
헝가리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집시 음악가들 중에 판나 친카Panna Cinka라고 하는 집시 여인을 먼저 손꼽는다. 그녀는 18세기에 활동한 바이올린의 명수로 미모도 빼어났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자신이 이끄는 악단과 함께 라코치 공公의 궁정에서도 연주를 할 정도였다.
라코치는 1703년에서 1711년까지 합스부르크의 지배에 저항하여 반란을 일으켰던 귀족이다. 형가리 사람들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일어설 때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오던 라코치 행진곡은 헝가리 사람들의 애국심을 북돋아 주었을 뿐 아니라, 억압받는 헝가리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기도 했다.
지난날 집시 여인의 바이올린에서 불꽃처럼 피어난 이 격정적인 행진곡은 베를리오즈까지도 감동시켜, 그의 작품 <파우스트의 겁벌>에는 이 곡이 그대로 차용되었다. 또 이곡은 다시 리스트에 의해 다시 승화되었다. 즉 1846년에서 1853년 사이에 리스트는 헝가리의 민요를 주제로 하는 19개의 피아노곡으로 구성된 <헝가리안 랩소디Ungarische Rhapsodien(독), Hungarian Rhapsodies(영)>을 썼는데 그중 제15번이 바로 <라코치 행진곡>인 것이다. 1
https://youtu.be/wSKCIYZ5mIU?si=Lpae8tdVwYzIZcfl
Hungarians are one of the most heterogeneous peoples in Europe, and Gypsies are another heterogeneous people living among these heterogeneous peoples. In Hungary, Gypsies are the poorest class. They have lived for centuries in the mistrust and coldness of the Hungarian people, and it seems that it is very difficult for them to be accepted as normal members of society.
However, there is another type of Gypsies. If you look at tourist guidebooks in Hungary, you will always see Gypsies playing the violin. If you go to a fancy restaurant in Budapest, you will see Gypsy violinists playing fiery rhythms and sweet melodies. Their performance is almost virtuoso. Hungarians call Gypsies Czigany, which is the French equivalent of tzigane and the German Zigeuner.
On the other hand, when you think of Spanish Gypsies, you think of the guitar, and when you think of Hungarian Gypsies, you think of the violin. Ravel's violin masterpiece <Tzigane> and Sarasate's <Ziguenernerien> are good examples that remind us of Hungarian gypsy violins, not Spanish ones.
Among the historically famous gypsy musicians, Hungarians first mention Panna Cinka, a gypsy woman. She was a master violinist active in the 18th century and is said to have been very beautiful. She even performed at the court of Prince Rákóczi with her orchestra.
Rákóczi was a nobleman who rebelled against the Habsburg rule from 1703 to 1711. When the Hungarian people rose up to win freedom, the Rákóczi March that flowed from her hands not only inspired the patriotism of the Hungarian people, but also served as a great comfort to the oppressed Hungarians.
This passionate march, which once bloomed like a flame from a gypsy woman's violin, moved even Berlioz, who used it as is in his work, The Damnation of Faust. And this piece was once again sublimated by Liszt. That is, between 1846 and 1853, Liszt wrote Ungarische Rhapsodien (German), Hungarian Rhapsodies (English), consisting of 19 piano pieces based on Hungarian folk songs, of which No. 15 is the Rákóczi March.
- 정태남,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중에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