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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와의 인연, 그리고 40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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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기타를 위한 소품 일곱 곡을 완성했다. 제목은 "7 Pieces for Guitar". 소박한 제목이지만, 그 안에는 40여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문득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신입생이던 나에게 처음으로 독주악기를 위한 작품을 쓰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주변 동기들은 대부분 바이올린이나 플루트를 선택했다. 클래식 작곡의 전통 안에서 가장 안전하고 검증된 길이었다. 하지만 나는 남들이 다 하는 것이 왠지 내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없는 고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작정 선택한 악기가 기타였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남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가 이유라면 이유일까?

문제는 나는 기타를 전혀 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악기의 특성도, 주법도, 음역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여러 작품들을 보고 그저 머릿속의 소리를 오선지 위에 옮겨 적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 순진한 용기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전공 레슨 시간에 나의 교수님 연구실에 들르게 되어 우연히  내 악보를 보게 된 기타 교수님은 놀라운 반응을 보이셨다. "이런 학생은 무조건 가르쳐야 한다"며 자신의 스튜디오로 나를 끌고 가서는 당장 기타 한 대를 내 손에 쥐어 주셨다. 그날부터 레슨이 시작되었다. 내가 상상했던 소리가 실제로 울려 퍼지는 순간, 나는 기타라는 악기와 진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흘렀다. 기타는 내게 늘 특별한 의미로 남아 있었다. 내 작곡 인생의 시작점이자, 무모한 도전이 때로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악기. 오늘 만든 일곱 곡의 소품은 어쩌면 그때 그 젊은 날의 나에게 보내는 답장인지도 모른다.

"7 Pieces for Guitar".

이 곡들을 만들면서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음악은 때로 가장 우회적인 길을 통해 우리를 가장 진실한 곳으로 데려간다는 것을. 

https://youtu.be/LBCdAgf2b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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