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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추석 연휴 한강 산책에서 발견한 진짜 휴식의 의미 | 여가와 자신감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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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오랜만에 한강변을 걸었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강물의 흐름이 오늘따라 유독 느리게 느껴졌다.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문득 한 문구가 떠올랐다. "적절한 여가와 휴식으로 즐거운 삶을 살아라. 기분이 ㅜ좋아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어디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문장이 지금 이 순간만큼 선명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우리는 흔히 자신감을 먼저 가져야 좋은 일이 생긴다고 배워왔다. 자기계발서들은 '자신감을 가지면 성공한다'고 말하고, 사회는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한강변을 걷는 이 순간, 나는 그 순서가 뒤바뀌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감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충분히 쉬고, 충분히 즐기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쉬는 것을 게으름이라 생각하고, 여가를 사치라 여기며, 끊임없이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활을 쏘기 전에는 시위를 당겨야 하고, 그 전에 먼저 이완해야 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긴장만 있고 이완이 없다면, 결국 시위는 끊어지고 만다.

한강변을 걷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지도, 할 일 목록을 떠올리지도 않았다. 그저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바람이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고,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무언가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에 쌓여 있던 먼지 같은 것들이 바람에 날아가고, 텅 빈 공간에 새로운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바로 진짜 휴식이 아닐까. 휴식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온전히 현재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한강변을 걷는 이 시간, 나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현재에만 있었다. 그리고 그 현재는 놀랍도록 평온했다.

기분이 좋아지자 정말로 자신감이 생겼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에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뤄두었던 프로젝트도 이제는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그 문구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기분이 좋아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신감은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분이라는 토양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정서가 인지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감정 상태는 생각하는 방식, 판단하는 기준, 행동하는 패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기분이 좋을 때 우리는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더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더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반대로 지치고 피곤한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지고, 자신감은 바닥을 친다. 결국 자신감의 근원은 정신력이나 의지가 아니라, 우리의 정서적 웰빙이었던 것이다.

추석이라는 명절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고향을 찾아가고, 혹은 나처럼 한강변을 거닐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이 시간은 비생산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가장 생산적인 투자다. 충전된 에너지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소진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강변을 걷다가 한 벤치에 앉았다. 오전의 흐린 하늘에서 이슬비가 살며시 흩날렸고, 황화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며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반복했다. 평일이었다면 이 시간에 무엇을 했을까. 아마도 컴퓨터 앞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다음 회의를 준비하거나, 끝나지 않는 업무에 쫓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다. 나 자신을 돌보는 일 말이다.

연휴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바쁜 하루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 이 한강변에서 얻은 깨달음은 가져갈 수 있다. 적절한 여가와 휴식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라는 것, 기분이 좋아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진짜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현재에 머물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

일상 속에서도 작은 쉼표를 만들 수 있다. 점심시간에 잠깐 산책을 하거나, 퇴근 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시거나, 주말에 아무 계획 없이 공원을 걷는 것.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그 좋은 기분은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그 자신감은 더 나은 삶으로 우리를 이끈다.

한강변을 떠나며 뒤돌아보았다. 강물은 여전히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흐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 강물처럼, 우리도 쉬지 않되 서두르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적절히 쉬고, 충분히 즐기며, 기분 좋은 상태로 자신감 있게 나아가는 삶. 오늘 한강변에서 나는 그런 삶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https://youtu.be/Ds4O0jHXaQ4?si=EYrQZDp9JyVbfo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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