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생이라는 책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매일 “나의 일생”이라는 책을 한 페이지씩 써나가는 것이다. 새벽이 밝아올 때마다 우리 앞에는 하얀 백지 한 장이 놓이고, 해가 저물 무렵에는 그 페이지가 온갖 흔적들로 가득 찬다.

일생에 걸쳐 지속되는 그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서체로, 또 어떤 사람은 거친 필체로 써내려 간다. 어떤 이는 정성스럽게 여백을 두고 단정히 적어가는가 하면, 어떤 이는 성급한 마음에 글자가 삐뚤빼뚤해지기도 한다.

희망의 노래가 흐를 때는 글씨에도 생기가 넘치고, 절망의 노래를 읊조릴 때는 잉크 자국이 번져 읽기 어려워진다. 봄날의 설렘으로 충실하게 써내려 가다가도, 여름의 무더위처럼 너무나 많은 시간이 무성의해지기도 한다. 가을의 성숙함으로 깊이 있는 문장을 완성하는가 하면, 겨울의 혹독함 앞에서 붓끝이 얼어붙기도 한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으로 황금빛 글씨가 적히고, 때로는 이별의 아픔으로 검은 물감이 번져나간다. 성공의 기쁨은 화려한 색깔로, 실패의 쓰라림은 흐릿한 연필로 기록된다. 웃음과 눈물, 만남과 헤어짐, 시작과 끝이 모두 한 페이지 안에 공존한다.

이런 모든 순간들이 모여 “나의 일생”이라는 한 권의 책을 이룬다. 한번 쓰여진 인생의 책은 세상의 다른 책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탈자를 지울 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을 삭제할 수도 없다. 페이지를 찢어버리거나 폐기할 수도 없다. 심지어 다른 책으로 바꿔치기할 수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며 내린 모든 선택, 했던 모든 말, 취했던 모든 행동은 영원히 그 페이지에 남는다. 후회스러운 순간도, 자랑스러운 기억도 모두 그대로 보존되어 우리 인생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또한 인생의 책은 남이 대신 써줄 수 없다. 아무리 사랑하는 부모라도,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아무리 뛰어난 선생님이라도 우리의 페이지를 대신 채워줄 수는 없다. 나의 책임, 나의 판단, 나의 의지, 나의 노력으로만 써나갈 수 있다.

때로는 혼자 써나가는 것이 막막하고 외로울 수 있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어떤 문장으로 이어가야 할지 망설여지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바로 그 고민하는 시간조차도 우리 인생 책의 소중한 일부가 된다.

오늘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차곡차곡 쌓여서 나의 일생이라는 한 권의 완전한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어제의 페이지는 오늘을 이해하는 배경이 되고, 오늘의 페이지는 내일을 여는 서곡이 된다. 각 페이지는 독립적이면서도 전체 이야기의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은 자기의 페이지를 가장 아름답게 채우는 방법이다. 그것은 단순히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가장 훌륭하게 발전시키는 최선의 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우리의 글씨는 더욱 생동감 있어지고, 문장은 더욱 풍성해진다.

우리의 삶에는 매순간 수많은 선택이 놓여 있다. 큰 결정부터 작은 판단까지, 어떤 길로 갈 것인지,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하지만 무엇을 고를 것인가는 오직 자기 마음에 달려 있다.

그 선택의 자유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귀중한 권리이자, 동시에 가장 무거운 책임이다. 매일 매일 우리는 펜을 들고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갈지 결정한다. 그 이야기가 바로 우리 자신이고, 우리의 삶이며, 우리가 세상에 남길 유일한 작품이다.

결국 우리 각자는 작가이자 주인공이다. “나의 일생”이라는 책의 유일한 저자이며, 동시에 그 책의 중심인물이다. 어떤 장르로 쓸 것인가? 코미디로, 드라마로, 모험소설로, 혹은 철학서로?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오늘도 우리 앞에는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어떤 멋진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인가?

https://youtu.be/xNqKNFkQwLw?si=4-fgF0yCS1jgR-In

Maestro Noba: Sinfonia No.1-2